생각의 충돌 · THEORY COLLISION 001
성격은 상황이 바뀌어도 남아 있을까?
아래의 대화는 Jung, Myers, Mischel 등이 실제로 나눈 대화를 재현한 것이 아닙니다. 각 연구자의 저서와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론적 입장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다시 구성했습니다.
오늘의 질문
‘그 사람만의 성격’이 정말 존재할까?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람을 쉽게 설명한다.
“저 사람은 책임감이 강해.”
“나는 원래 내향적인 사람이야.”
“쟤는 성격이 급해.”
이런 말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숨어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회사에서는 조용하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약속시간은 철저히 지키면서도 방 정리는 전혀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성격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원래 성격이라는 것이 이렇게 복잡한 것일까?
참가 관점
Jung의 심리유형론 → MBTI 계열
Big Five → HEXACO 계열
Walter Mischel의 문제제기
Mischel & Shoda의 CAPS
먼저 한 사람을 관찰해보자
가상의 인물 A가 있다.
큰 이익이 걸려 있을 때 → 규칙을 어길 때도 있다.
자, 이 사람의 성격은 무엇일까?
ROUND 1
관점별 첫 해석
유형적 관점 · Jung / MBTI 계열
“행동 하나하나가 항상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평소 어느 쪽의 심리적 방식을 더 자연스럽게 사용하는가입니다.”
“친구와 있을 때 말을 많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외향형, 낯선 사람 앞에서 조용하다는 이유만으로 내향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복적으로 선호하는 방향을 봐야 합니다.”
이 관점에서는 성격을 순간적인 행동 하나와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심리적 방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차원적 특성 관점 · Big Five / HEXACO
“사람을 외향형과 내향형 두 종류로 나눌 필요는 없습니다.”
“A는 다른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얼마나 외향적인가, 얼마나 성실한가, 얼마나 정직한가를 보면 됩니다.”
“상황에 따라 행동이 조금 달라지는 것과 사람 사이에 안정적인 평균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동시에 참일 수 있습니다.”
이쪽에서는 성격을 ‘무슨 종류의 사람인가’보다 ‘어느 정도인가’로 본다.
어떤 사람이 항상 성실해야 성실성이라는 특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을 강조하는 문제제기 · Walter Mischel
“잠깐만요.”
“성격이 행동을 설명한다고 한다면, 왜 같은 사람이 상황에 따라 이렇게 다른 행동을 합니까?”
“사람에게 이름표를 붙이기 전에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부터 봐야 하지 않을까요?”
Mischel의 초기 문제제기는 바로 이 부분이었다.
한 상황에서 관찰된 행동만으로 다른 상황의 행동까지 쉽게 예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 × 상황 관점 · CAPS
“세 분 모두 일부를 놓치고 있을 수 있습니다.”
“A가 친구와 있을 때 말을 많이 하고, 낯선 사람 앞에서는 조용하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이 패턴이 다음 달에도, 내년에도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행동은 달라지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달라지는가는 오히려 매우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ROUND 2
이론들이 충돌하는 지점
“성격이 있다면 행동도 같아야 하지 않을까?”
Mischel 쪽에서 가장 먼저 공격할 수 있는 지점이다.
성격이 안정적이라면서 실제 행동이 계속 바뀌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지만 Big Five나 HEXACO 쪽에서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안정적이라는 말은 모든 순간에 같은 행동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여러 상황을 합쳐보았을 때 다른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일정한 차이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두 이론은 사실 서로 다른 종류의 ‘안정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평균을 내면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이번에는 CAPS가 공격할 차례다.
두 사람이 평균적으로 똑같이 외향성 60이라고 해보자.
친구 앞 → 매우 외향적
낯선 사람 앞 → 매우 조용함
친구 앞 → 보통
낯선 사람 앞 → 보통
평균은 같지만 실제 사람의 행동구조는 전혀 다르다.
CAPS는 이런 차이가 중요한 개인차라고 본다.
“그렇다면 유형은 꼭 필요한가?”
Big Five 계열에서는 Jung이나 MBTI에 가장 직접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현대 성격연구에서는 외향성 같은 특성이 서로 완전히 분리된 두 인간 집단이라기보다 연속적인 개인차로 나타난다는 증거가 강하다.
이 점에서 현대의 차원적 성격모델이 유형적 분류보다 경험적 근거가 더 강하다.
다만 Jung의 원래 이론과 오늘날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16개 MBTI 유형을 완전히 같은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ROUND 3
실제 연구에서는
이쯤에서 각 이론의 말만 듣지 말고 실제 연구에서 무엇이 관찰됐는지 보자.
사람 사이에 안정적인 성격 차이는 실제로 존재한다
Big Five를 비롯한 성격특성은 여러 연구에서 시간에 따른 안정성을 보이며, 직업, 인간관계, 건강 등 다양한 장기적 결과와도 의미 있는 관계를 보인다.
따라서
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현재의 연구결과와 맞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사람도 상황이 바뀌면 실제 행동이 크게 달라진다
이것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Mischel이 제기했던 서로 다른 상황에서 행동의 일관성이 생각보다 낮다는 문제는 성격심리학이 상황을 진지하게 다루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다만 Mischel의 초기 논의에서 유명해진 “성격과 행동의 관계는 약 .30 정도가 한계”라는 식의 강한 해석은 이후 연구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여러 행동을 모으면 개인차가 더 선명해질 수 있다
한 번의 행동에는 우연과 상황의 영향이 많이 섞인다.
하지만 여러 시점과 여러 상황의 행동을 모으면 안정적인 개인차가 더 잘 나타날 수 있다.
즉
라는 점에서는 특성이론과 상황연구가 의외로 가까워진다.
‘상황마다 다르게 행동하는 방식’도 반복될 수 있다
Mischel과 Shoda가 발전시킨 CAPS에서는 행동의 평균뿐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이 나타나는 개인별 패턴을 중요하게 본다.
연구에서도 이런 개인별 상황-행동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즉 사람에게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개인 고유의 패턴도 있을 수 있다.
이론 해석 점검
“한 유형은 언제나 같은 행동을 한다”는 이론으로 해석하면 지나치게 단순하다. 특히 Jung의 원래 심리유형론과 현대의 대중적인 MBTI 사용법은 구분해야 한다.
“성격점수가 높으면 모든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한다”고 주장하는 모델이 아니다. 주로 사람들 사이의 평균적이고 비교적 안정적인 개인차를 기술한다.
“성격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그의 문제제기를 정확하게 요약한 문장은 아니다. 핵심은 넓은 성격특성에서 특정 상황의 행동을 바로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상황이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는 이론이 아니다. 사람마다 상황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인지·정서 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함께 본다.
각 관점의 한계와 설명 범위
사람의 차이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표현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몇 개의 명확히 분리된 유형으로 나뉜다는 주장에는 경험적 문제가 남는다.
평균적인 개인차와 장기적 경향을 잘 설명하지만, 특정 순간에 왜 그런 행동이 나왔는지까지 점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상황의 중요성을 강하게 드러냈지만, 이를 지나치게 밀어붙여 안정적 특성의 예측력을 약하게 본 일부 주장은 후속 연구에서 수정됐다.
사람의 실제 변화패턴을 세밀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여러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실제 측정이 훨씬 어렵다.
이번 충돌에서 나온 설명 지도
→ 그렇다는 근거가 상당히 있다.
→ 아니다. 상황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 개인마다 반복되는 상황-행동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
“평균적으로 어떤 사람인가”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충돌에서 남은 것
이번 충돌에서는 승자를 고르지 않는다.
오히려 각 관점이 서로 다른 범위를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 관점 | 잘 설명하는 것 | 약한 부분 |
|---|---|---|
| Jung / MBTI | 선호되는 심리적 방향을 이해하는 틀 | 명확한 유형 경계와 실제 행동예측 |
| Big Five / HEXACO | 평균적이고 안정적인 개인차 | 특정 상황의 개별 행동 원인 |
| Mischel | 상황에 따른 행동변화의 중요성 | 초기 논의만으로 완전한 성격모델 제공 |
| CAPS | 개인별 상황-행동 패턴 | 측정에 많은 반복관찰이 필요 |
그런데 아직 하나가 빠져 있다
지금까지의 네 관점에는 공통적인 빈틈이 있다.
사람과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과거에 어떤 행동이 보상을 받았고 어떤 행동이 처벌받았는가는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만 유난히 조용한 사람이 원래 내향적이어서 그런 것인지, 그 회사에서 말할 때마다 불이익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인지 구분해야 할 수 있다.
과거의 결과를 학습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에서 다음 충돌에 필요한 새로운 연구자가 등장한다.
B. F. Skinner다.
실제로 확인한다면?
이번 질문은 비교적 명확한 행동관찰로 시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혼자 결정하는 상황,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상황,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황, 공동책임이 있는 상황 등을 반복한다.
그리고 세 가지를 동시에 본다.- 사람마다 평균적으로 행동이 다른가?
- 상황이 바뀌면 행동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 특정 사람에게 특정 상황-행동 패턴이 반복되는가?
세 결과가 모두 존재한다면, 성격과 상황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보다 여러 수준을 함께 설명하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현재 결론
사람에게 비교적 안정적인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근거는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상황에서 똑같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은 실제 행동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으며, 그 변화 자체에서도 사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와 “그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서로 다른 질문으로 함께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다음 질문
행동은 왜 반복될까?다음 충돌을 준비하기 전에 B. F. Skinner가 왜 사람의 마음보다 실제 행동과 그 행동 뒤에 따라오는 결과를 보려고 했는지 살펴본다. 이후 Bandura의 관점까지 충원한 뒤 환경과 학습이 행동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 다시 충돌시킨다.
연구 확인 및 참고문헌
- Jung, C. G. (1921/1971). Psychological Types. Collected Works of C. G. Jung, Vol. 6.
- McCrae, R. R., & Costa, P. T. Jr. (1989). Reinterpreting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from the perspective of the five-factor model of personality. Journal of Personality, 57(1), 17–40.
- Goldberg, L. R. (1990). An alternative “description of personality”: The Big-Five factor structur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 Ashton, M. C., & Lee, K. (2007). Empirical, theoretical, and practical advantages of the HEXACO model of personality structur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1, 150–166.
- Mischel, W. (1968). Personality and Assessment. New York: Wiley.
- Shoda, Y., Mischel, W., & Wright, J. C. (1994). Intraindividual stability in the organization and patterning of behavior: Incorporating psychological situations into the idiographic analysis of personal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7(4), 674–687.
- Mischel, W., & Shoda, Y. (1995). A cognitive-affective system theory of personality. Psychological Review, 102(2), 246–268.
- Roberts, B. W., Kuncel, N. R., Shiner, R., Caspi, A., & Goldberg, L. R. (2007). The power of personality: The comparative validity of personality traits, socioeconomic status, and cognitive ability for predicting important life outcomes.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충돌테스트는 이론의 승자를 정하는 콘텐츠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연구관점을 같은 질문 위에 놓고, 각각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으며 어디서 설명이 약해지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론에 대한 해석 오류가 확인될 경우 해당 회차에 수정 이력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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