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충돌 · 기초이론 002

Katharine Briggs와 Isabel Briggs Myers의 시선에서 보는 MBTI의 탄생

먼저 구분할 것.
MBTI는 Carl Jung이 만든 검사가 아니다. Jung은 심리유형론을 제시했고, Katharine Cook Briggs와 그녀의 딸 Isabel Briggs Myers가 그 이론을 사람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검사체계로 발전시켰다.

Briggs의 출발점

MBTI의 역사를 보면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Katharine Cook Briggs와 Isabel Briggs Myers는 당시 대학이나 정신병원에서 심리학을 연구하던 전문 심리학자가 아니었다.

Katharine Briggs는 오래전부터 사람마다 행동하고 배우고 살아가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아이들의 발달과 교육, 부모가 아이의 개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관심이 컸다.

그녀는 Jung을 접하기 전부터 사람들의 반복적인 행동양식을 몇 가지 형태로 나누어 이해하려는 자신만의 분류체계를 구상하고 있었다.

즉 MBTI의 시작은 처음부터 새로운 심리학 이론을 창조하겠다는 계획이라기보다,

“왜 사람들은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까?”

라는 비교적 실용적인 질문에 가까웠다.

그리고 Jung의 『Psychological Types』를 만났다

Jung의 『Psychological Types』는 1923년 영어로 번역되었다. Katharine Briggs는 이후 Jung의 유형론을 접했고, 자신이 관찰해 온 개인차를 훨씬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틀이라고 판단했다.

자료에 따라 Briggs가 Jung의 저작을 본 구체적인 시점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기존 분류를 고집하기보다 Jung의 체계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후 Briggs는 오랜 기간 Jung의 저작을 공부하며 자신이 관찰한 사람들의 행동과 Jung의 설명을 비교했다.

MBTI가 만들어지기까지

Katharine Briggs의 인간 관찰과 초기 유형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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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의 심리유형론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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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gs와 Myers의 관찰·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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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의 이론을 질문지로 측정하려는 MBTI 개발

Myers의 문제의식

Katharine의 관심을 물려받은 Isabel Briggs Myers는 한 단계 더 실용적인 문제를 바라봤다.

Jung의 책을 읽는 사람만 심리유형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일반 사람들이 자신의 유형을 알아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Jung의 복잡한 이론을 사람들이 직접 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이것이 MBTI라는 도구의 출발점에 가까웠다.

Myers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제시하고 그 응답을 통해 그들이 어느 심리적 방향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지 찾아내려 했다.

즉 Jung이 주로 임상적 관찰과 이론을 통해 사람의 유형을 해석했다면, Myers는 이를 표준화된 질문지로 옮기려고 했다.

전쟁은 이 생각에 실용적인 목적을 더했다

MBTI의 초기 개발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와 겹친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업무와 직업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Briggs와 Myers는 개인이 자신의 심리적 선호와 더 잘 맞는 일을 이해한다면 더 만족스럽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MBTI가 정신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개발된 검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개발자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정상적인 개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MBTI에서는 어느 유형이 정상이고 다른 유형이 비정상이라는 전제를 두지 않는다.

이론에서 검사로

MBTI와 Jung의 이론이 완전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Briggs와 Myers는 Jung의 체계를 자신들 나름대로 확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Judging–Perceiving(J–P)이다.

Jung에게는 사고와 감정이라는 판단기능, 감각과 직관이라는 지각기능의 구분이 있었다.

Myers와 Briggs는 이 차이가 사람이 외부세계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나타난다고 보고, 이를 별도의 네 번째 선호쌍으로 명시했다.

MBTI가 정리한 네 가지 선호쌍

E
Extraversion
I
Introversion
S
Sensing
N
Intuition
T
Thinking
F
Feeling
J
Judging
P
Perceiving

네 가지 선호쌍에서 각각 하나씩을 선택하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16가지 조합이 나온다.

예를 들어 INTJ, ENFP, ISTP와 같은 표기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선호’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Myers와 Briggs의 관점에서는 한쪽을 선호한다고 해서 반대쪽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른손잡이라고 해서 왼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한쪽을 더 편하게 쓰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MBTI의 원래 의도는

“당신은 이런 행동만 하는 사람이다.”

라기보다,

“여러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쪽 방식을 상대적으로 더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에 가까웠다.

문항은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다

Myers는 처음 만든 질문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가족과 지인 등을 통해 문항을 시험했고, 이후 더 많은 사람에게 검사를 실시하면서 어떤 질문이 유형을 구분하는 데 적합한지를 계속 수정했다.

후대 자료에는 간호사와 의사 등 상당히 큰 표본을 대상으로 검사를 연구한 과정도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MBTI를 단순히 몇 개의 질문을 직관적으로 만들어낸 검사라고 표현하는 것 역시 정확하지 않다.

시작은 비전문 연구자의 관찰과 Jung의 이론이었지만, Myers는 이후 오랜 기간 문항과 분류체계를 반복해서 수정했다.

출발점의 한계

Briggs와 Myers가 전문적인 심리학 교육을 받은 연구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MBTI 역사를 이해할 때 무시할 필요도, 과도하게 확대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이 초기 이론개발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들은 대규모 성격자료에서 통계적으로 반복되는 구조를 먼저 발견한 뒤 이론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반대였다.

MBTI 초기 개발의 기본 방향

Jung의 심리유형론
↓
Briggs와 Myers의 인간 관찰
↓
유형에 맞는 질문 설계
↓
MBTI

즉 먼저 “이런 심리적 유형이 존재할 것이다” 라고 가정한 뒤, 그것을 구별하는 도구를 만들었다.

이것은 훗날 Big Five가 발전한 방식과 매우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실제 연구와 해석 문제

MBTI를 연구한 결과 모든 것이 부정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McCrae와 Costa는 MBTI의 네 지표가 완전히 무의미한 값을 측정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지표가 Big Five의 성격차원들과 일정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람들이 실제로 E 아니면 I, T 아니면 F처럼 질적으로 서로 다른 두 집단으로 나뉘는가?

이 연구에서는 그런 명확한 이분형 유형구조를 지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MBTI 지표를 연속적인 성격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데이터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MBTI의 가장 중요한 논쟁은 ‘측정하느냐’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다

흔히 MBTI를 둘러싼 논쟁은

“MBTI는 과학이다 / 아니다.”

처럼 단순화된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MBTI 문항을 통해 측정되는 개인차 중 일부는 현대 성격모델의 성격차원과 관계가 있다.

동시에,

그 차이를 16개의 질적으로 구분되는 사람 종류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측정되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차이를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옳다는 것은
같은 주장이 아니다.

제작자의 목표와 오늘의 사용

현재 MBTI는 취업, 인간관계, 조직교육, 인터넷 콘텐츠와 놀이까지 매우 넓은 영역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사용법을 모두 Briggs와 Myers의 원래 주장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Myers에게 유형을 아는 목적은 사람을 서열화하거나 특정 유형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개인이 자신의 자연스러운 선호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사람의 방식 역시 인정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따라서 오늘날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 “이 유형은 이런 직업을 해야 한다.”
  • “이 유형과 저 유형은 만나면 안 된다.”
  • “이 유형은 거짓말을 많이 한다.”
  • “이 유형은 지능이 높다.”

같은 강한 단정은 MBTI의 초기 제작의도와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이 남긴 질문

MBTI의 16개 유형이 그대로 유지되는지와 별개로, Briggs와 Myers가 던진 문제는 상당히 흥미롭다.

사람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안정적인 차이가 있는가?

판단하는 방식에도 반복적인 개인차가 존재하는가?

그런 차이를 질문으로 측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차이를 알면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가?

문제는 이제 그들이 만들어 놓은 네 개의 선호축과 16개 유형이 실제 인간의 성격구조와 얼마나 일치하는가이다.

다른 이론과의 충돌

① 유형인가, 차원인가?
MBTI는 네 선호쌍을 이용해 유형을 구분한다. 반면 Big Five 계열에서는 성격을 연속적인 정도 차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② 이론을 먼저 만들 것인가, 데이터에서 구조를 찾을 것인가?
MBTI는 Jung의 기존 이론에서 출발했다. Big Five는 수많은 성격기술 자료의 반복적인 통계구조에서 발전했다.

③ 자기보고는 실제 행동을 얼마나 반영하는가?
MBTI는 사람이 자신의 선호를 보고하는 방식에 크게 의존한다. 이후 행동연구에서는 자기보고와 실제 상황별 행동의 관계가 별도의 문제가 된다.

④ 안정적인 선호가 있다면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문제는 훗날 Mischel의 사람-상황 논쟁과 직접 연결된다.

다음 질문

성격이론을 먼저 만들지 않고, 사람들의 말을 모아본다면?

다음 글에서는 한두 명의 연구자가 먼저 인간의 유형을 정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성격을 표현하는 단어와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등장한 Big Five의 긴 개발과정을 살펴본다.

참고문헌 및 자료

  1. Myers & Briggs Foundation. Our Legacy: Myers, Briggs, Jung and the development of psychological type.
  2. Knott, K., Taylor, N., Oosthuizen, Y., & Bhabha, F.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in South Africa. In Psychological Assessment in South Africa.
  3. Myers, I. B., McCaulley, M. H., Quenk, N. L., & Hammer, A. L. MBTI Manual: A Guide to the Development and Use of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4. Jung, C. G. (1921/1971). Psychological Types.
  5. McCrae, R. R., & Costa, P. T. Jr. (1989). Reinterpreting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from the perspective of the five-factor model of personality. Journal of Personality, 57(1), 17–40.
생각의 충돌
이 글은 특정 이론을 정답으로 제시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이론을 만든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바라봤고, 어떤 가정에서 자신의 모델을 만들었는지를 먼저 복원합니다. 이후 서로 다른 이론을 동일한 질문 위에서 비교해 각 이론이 설명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를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