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충돌 · 기초이론 003

Big Five를 만든 사람보다, 발견한 사람들을 따라가 본다

Big Five에는 ‘창시자 한 명’이 없다.
Jung이 심리유형론을 만들고, Briggs와 Myers가 MBTI를 개발한 과정과는 상당히 다르다. 여러 연구자가 서로 다른 자료와 방법을 사용했는데도 비슷한 다섯 개의 성격차원이 반복해서 나타난 것이 Big Five의 핵심적인 역사다.

언어에서 출발한 질문

인간의 성격을 연구하려면 무엇부터 조사해야 할까?

먼저 인간에 대한 이론을 세우고, 그 이론에 맞는 성격특성을 정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출발점도 가능하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서로의 차이를 관찰해 왔다면, 중요한 차이들은 이미 일상 언어 속에 남아 있지 않을까?”

이것이 훗날 Big Five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어휘가설(Lexical Hypothesis)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어떤 개인차가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하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구별해서 말해야 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차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언어 속에 축적됐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회에서 성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계속 중요했다면, 책임감, 부지런함, 신중함, 게으름 같은 수많은 표현이 생겨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을 조사해보자

이 아이디어의 초기 흔적은 Francis Galton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Gordon Allport와 Henry Odbert는 1930년대 영어 사전을 조사해 사람의 개인차를 표현할 수 있는 방대한 단어들을 정리했다.

문제는 곧 명확해졌다.

단어가 너무 많았다.

친절하다, 사교적이다, 조심스럽다, 고집스럽다, 불안하다, 책임감 있다, 충동적이다...

인간을 표현하는 말이 수천 개라면 이것을 그대로 성격모델로 사용할 수는 없다.

여기서 연구자들의 질문은 바뀐다.

“이 수많은 표현들 뒤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더 큰 공통구조가 있지 않을까?”

다섯 요인이 발견된 과정

Raymond Cattell은 앞서 수집된 방대한 성격 표현을 줄이고, 통계적인 방법을 사용해 서로 관련된 특성들을 묶으려 했다.

예를 들어 '부지런하다', '계획적이다', '책임감이 있다' 같은 평가들이 같은 사람에게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 그 뒤에는 보다 넓은 공통적인 특성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도구가 요인분석이었다.

지금은 방법론 자체를 자세히 다루지 않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많은 관찰값 가운데 서로 함께 움직이는 것들을 찾아 더 적은 수의 공통요인으로 정리하는 방법이다.

Cattell은 이 과정을 통해 성격을 더 적은 수의 요인으로 압축했고, 이후 16PF로 알려진 성격검사 개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다른 연구자들이 다시 분석했더니 자꾸 ‘다섯 개’가 나타났다

1949년 Donald Fiske의 연구에서도 다섯 개 정도의 넓은 성격요인이 나타났다.

이후 미 공군 연구자였던 Ernest Tupes와 Raymond Christal은 Cattell 계열의 자료와 여러 표본을 다시 분석했다.

분석방법이나 참가자가 달라져도 놀랍게도 비슷한 다섯 개의 큰 요인이 반복됐다.

Warren Norman 역시 이후 비슷한 구조를 재현했다.

다섯 요인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Galton
중요한 개인차가 언어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
↓
Allport & Odbert
방대한 성격 표현 수집
↓
Cattell
표현을 줄이고 통계적 구조를 분석
↓
Fiske · Tupes & Christal · Norman
다섯 요인의 반복적인 발견
↓
Goldberg
Big Five라는 이름과 어휘연구의 확장

Goldberg의 관점 — 이 다섯 개는 왜 자꾸 나타나는가?

Lewis Goldberg는 이 연구전통을 크게 발전시킨 인물이다.

그는 다양한 성격형용사와 자기평가, 타인평가 자료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성격구조를 분석했고, 비슷한 다섯 요인이 계속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Goldberg는 이 넓은 다섯 요인을 Big Five라고 불렀다.

여기서 'Big'이라는 표현은 이 다섯 특성이 다른 모든 성격특성보다 중요하거나 우월하다는 뜻이 아니다.

수많은 세부적 성격특성을 포괄하는 매우 넓은 범주의 요인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다섯 가지 성격 차원

O · Openness to Experience
경험에 대한 개방성.
새로운 아이디어, 상상, 미적 경험, 지적 탐구 등에 대한 경향과 관련된다.
C · Conscientiousness
성실성.
계획성, 자기통제, 책임감, 목표지향적 행동 등과 관련된다.
E · Extraversion
외향성.
사회적 활동성, 적극성, 긍정정서, 자극추구 등의 개인차를 포함한다.
A · Agreeableness
우호성.
신뢰, 협조, 배려, 갈등대응 방식 등의 개인차와 관련된다.
N · Neuroticism
신경성 또는 부정적 정서성.
불안, 정서적 불안정성,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성 등의 개인차와 관련된다.

영어 첫 글자를 따서 흔히 OCEAN이라고 부른다.

다만 연구전통이나 검사에 따라 각 요인의 이름과 세부적인 정의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여기서 MBTI와 결정적인 차이가 생긴다

Briggs와 Myers는 먼저 Jung의 심리유형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이론을 측정할 질문을 만들었다.

아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MBTI의 방향

이론적 유형구조
↓
문항 제작
↓
사람을 유형에 배치

Big Five의 주요 방향

많은 성격 표현과 평가
↓
반복되는 관계 분석
↓
큰 성격차원 발견

물론 현실의 연구사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두 모델의 기본적인 출발 차이를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다.

Big Five는 “인간에게 원래 다섯 개의 성격기관이 있을 것이다” 라고 먼저 가정해서 만들어진 모델이 아니다.

여러 성격평가 자료에서 비슷한 다섯 개의 넓은 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출발점이다.

질문지 연구의 또 다른 길

여기서 Big Five의 역사를 조금 더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흔히 Big Five와 Five-Factor Model(FFM)을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하지만, 역사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길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Goldberg로 이어지는 전통은 사전과 일상언어의 성격표현을 분석하는 어휘적 접근의 영향이 강했다.

반면 Paul Costa와 Robert McCrae는 성격검사와 질문지 연구를 통해 자신의 모델을 발전시켰다.

초기 NEO 모델은 Neuroticism, Extraversion, Openness의 세 요인을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Agreeableness와 Conscientiousness를 포함하면서 다섯 요인의 Five-Factor Model로 발전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연구전통이 결과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다섯 개의 넓은 차원에서 만난 셈이다.

서로 다른 두 연구 흐름

어휘적 Big Five

사전·성격단어
↓
사람들의 평가
↓
반복되는 요인

Goldberg 계열
Five-Factor Model

성격검사·질문지
↓
요인구조 연구
↓
NEO 모델 확장

Costa & McCrae
↓
상당히 유사한 다섯 개의 넓은 성격차원

Big Five에서 사람은 ‘유형’이 아니다

Big Five에서는 보통 사람을 다섯 가지 중 하나로 분류하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 다섯 차원이 모두 존재하고, 각각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본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은

외향성은 높고,
성실성은 중간이며,
개방성은 매우 높고,
우호성은 낮은 편이며,
신경성은 중간 정도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별도의 이름표를 붙일 필요는 없다.

이것이 MBTI의 INTP, ESFJ 같은 유형표기와 가장 눈에 띄는 차이다.

구조의 의미와 한계

여기서 조심해야 한다.

Big Five가 반복적으로 발견되었다는 것과 인간의 마음속에 정확히 다섯 개의 독립된 장치가 존재한다는 것은 같은 주장이 아니다.

Big Five가 특히 강한 것은 성격의 개인차를 비교적 간결하게 기술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그러나 왜 어떤 사람이 외향적인지, 외향성이 뇌에서 정확히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특정 상황에서 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지를 다섯 점수만으로 모두 설명해주는 이론은 아니다.

Big Five는 인간 성격의 강력한 ‘지도’일 수 있지만,
지도 자체가 인간이 움직이는 원리를 모두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언어에서 출발했다는 것 자체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Big Five를 탄생시킨 어휘가설에는 매력적인 논리가 있다.

중요한 인간차이는 언어에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반대 질문도 가능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심리적 차이는 어떻게 되는가?

특정 문화에서 중요했던 특성이 다른 문화에서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가?

사람들이 타인을 묘사하기 위해 만든 언어의 구조와 인간 마음의 실제 구조가 반드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가?

실제 여러 언어의 어휘연구에서는 외향성이나 우호성, 성실성처럼 비교적 잘 반복되는 요인이 있는 반면, 특히 개방성 등의 구조는 언어와 연구에 따라 재현 정도가 달라지는 문제도 보고돼 왔다.

이런 문제는 이후 HEXACO가 등장하는 과정과도 직접 연결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 — 성격점수는 실제 행동인가?

Big Five 점수에서 외향성이 높다고 나온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사람은 모든 상황에서 외향적으로 행동할까?

친구들과 있을 때,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직장에서, 위협적인 상황에서, 경쟁상황에서 모두 똑같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 문제는 20세기 성격심리학에서 큰 논쟁으로 발전한다.

안정적인 성격특성이 사람의 행동을 설명한다는 주장에 대해 Walter Mischel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상황에 따른 행동변화를 강하게 문제 삼게 된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다룰 사람-상황 논쟁(Person–Situation Debate)이다.

다른 이론과의 충돌

① 유형인가, 차원인가?
MBTI는 선호의 조합을 이용해 유형을 구분한다. Big Five는 성격을 연속적인 다섯 차원의 조합으로 본다.

② 이론에서 측정을 만들 것인가, 자료에서 구조를 발견할 것인가?
Jung·MBTI 계열과 Big Five의 개발방식에서 가장 선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③ 다섯 요인은 설명인가, 분류인가?
Big Five가 성격의 구조를 잘 기술한다고 해서 그 구조가 왜 생기는지까지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④ 개인특성이 행동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예측하는가?
사람의 평균적인 차원과 실제 상황별 행동 사이에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 수 있다.

⑤ 다섯 개면 충분한가?
여러 언어와 문화에서 성격어휘를 다시 분석하면서 다른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에서 HEXACO가 등장한다.

이 글의 핵심

Big Five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누군가가 먼저 “인간은 다섯 가지 성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선언해서 만들어진 모델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연구자들이 수많은 성격표현과 평가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다섯 개의 넓은 차원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그것이 하나의 강력한 성격분류체계로 발전했다.

다음 질문

다섯 개면 충분할까?

다음 글에서는 여러 언어의 성격어휘를 다시 분석하던 연구자들이 왜 Big Five에 없는 여섯 번째 요인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는지, Ashton과 Lee의 HEXACO 개발과정을 살펴본다.

참고문헌 및 자료

  1. Galton, F. (1884). Measurement of character. Fortnightly Review.
  2. Allport, G. W., & Odbert, H. S. (1936). Trait-names: A psycho-lexical study. Psychological Monographs.
  3. Cattell, R. B. (1943). The description of personality: Basic traits resolved into clusters.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4. Fiske, D. W. (1949). Consistency of the factorial structures of personality ratings from different sources.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5. Tupes, E. C., & Christal, R. E. (1961). Recurrent Personality Factors Based on Trait Ratings. U.S. Air Force technical report.
  6. Norman, W. T. (1963). Toward an adequate taxonomy of personality attributes: Replicated factor structure in peer nomination personality ratings.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7. Goldberg, L. R. (1990). An alternative “description of personality”: The Big-Five factor structur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 Goldberg, L. R. (1993). The structure of phenotypic personality traits. American Psychologist.
  9. McCrae, R. R., & Costa, P. T. Jr. (1987). Validation of the five-factor model of personality across instruments and observe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 Costa, P. T. Jr., & McCrae, R. R. NEO Personality Inventory / Five-Factor Model 연구.
생각의 충돌
이 글은 특정 이론을 정답으로 제시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각 이론이 어떤 문제에서 출발했고, 연구자들이 어떤 자료와 관점을 통해 그 구조에 도달했는지를 먼저 살펴봅니다. 이후 서로 다른 이론을 같은 질문 위에 놓고 각각의 설명 범위와 한계를 비교합니다.